[주용석 칼럼] 대만해협은 한국의 생명선

입력 2024-03-26 17:51   수정 2024-03-27 09:06

대만해협은 대만과 중국 본토를 가르는 바다다. 길이 370㎞, 폭 130~410㎞의 좁은 바다지만 매년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가량이 지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로’다. 미·중 충돌로 이곳이 막히면 반도체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당연히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전체 물동량의 40% 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중동산 원유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와 수입품이 인도양과 믈라카 해협을 거친 뒤 대만해협을 지나 한국으로 온다. 이 코스가 최단 거리다. 한국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2022년 해군 추정 결과,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은 하루 4452억원의 피해를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전쟁이 터지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3%가 날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대만(40%) 다음으로 피해가 컸다. 일본(13.5%)은 물론 전쟁 당사국인 중국(16.7%)보다 한국이 더 타격을 받는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침공하지 않고 봉쇄하기만 해도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군사적 여파는 더 심각하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다음 전쟁의 첫 전투’라는 워게임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4개 전투비행대대 중 2개 대대가 차출될 수 있다고 봤다. 오산·군산 공군기지와 제주 해군기지 활용 가능성도 거론했다. 대만 전쟁이 터지면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주한미군 투입을 막기 위해 한국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거나 북한을 움직여 도발을 꾀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수입하고 한국도 미국의 요구로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하는 게 현실이다. 대만해협은 우크라이나보다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겠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만반의 대비가 돼 있어야 하는 게 안보다.

중국은 대만 무력 통일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만 해역 인근에서 미국을 밀어내기 위해 해마다 군사력 증강에 막대한 힘을 쏟고 있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미국은 동맹과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때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2021년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문에 이 문구를 담으면서다. 이전엔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국제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이란 원론적 입장을 밝혔는데, 중국 위협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대만해협’을 적시한 것이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대단한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대만 문제에 관한 현 정부 기조도 문 정부의 연장선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강조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했다. 올해 1월 대만 총통선거 뒤 정부 논평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를 바란다”였다. 대만해협이 거론될 때마다 중국은 “참견을 불허한다” “불장난 말라”며 반발했지만 정부의 입장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충남 유세에서 “대만해협이 어떻게 되든 우리와 무슨 상관있나”며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한 건 그런 점에서 문 정부의 성과마저 부정하는 발언이다. 안보 환경에 대한 인식도 부적절하다. 이 대표는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고맙습니다) 이러면 되지”라며 “우리는 우리 잘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우리만 잘살 수 없는 게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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